괜히 비싼 골랐잖아…
평소 청소를 귀찮아하는 30대 직장인 A 씨에게 로봇청소기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처럼 보였다. 매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과 먼지가 눈에 띄었고, 그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일하느라 바쁜데 청소까지 신경 쓰기엔 너무 피곤했다. 그러던 차에 유튜브와 SNS에서 로봇청소기에 대한 극찬을 듣게 됐다. ‘요즘 로봇청소기는 알아서 장애물을 피하고, 청소도 꼼꼼하게 해 주며, 물걸레질까지 해준다’는 말에 혹했고, 결국 비싼 제품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만족스러웠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청소기가 집안을 돌아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이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고, 깨끗해진 바닥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출근할 때 미리 예약해 두면 퇴근하고 집에 들어섰을 때 반짝이는 바닥이 날 반겨주는 기분이었으니까. ‘역시 돈을 들인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 달이 지나자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우선, 로봇청소기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았다. 광고에서는 마치 인공지능을 장착한 것처럼 장애물을 알아서 피하고, 최적의 동선으로 청소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의자 다리 사이에 끼여 멈춰 있거나, 카펫 위에서 허둥대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문턱을 넘지 못해 다른 방으로 이동도 못 하면서 알람까지 울렸다. 덕분에 나는 퇴근 후 가장 먼저 로봇청소기의 위치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또한, 청소를 ‘대충’ 하는 문제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깨끗해 보이지만, 가구 아래나 구석진 곳에는 먼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소파 밑이나 침대 아래를 들어가긴 하지만, 한두 번 지나간다고 먼지가 다 없어지는 게 아니었다. 결국 바닥은 로봇청소기가 하고, 구석은 본인 따로 청소해야 했다. ‘직접 하는 게 더 빠르고 깨끗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청소기 사용이 줄어들었다.
소음 문제도 예상 밖이었다. 조용하다는 리뷰를 보고 선택했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벽이나 가구를 들이받을 때마다 ‘쿵쿵’ 소리가 나고, 작은 장애물을 밀어버리며 다니는 바람에 집 안이 더 어수선해졌다. 게다가 물걸레 기능은 기대 이하였다. 물걸레가 바닥을 살짝 닦고 지나가는 수준이라, 제대로 닦이지 않은 자국이 남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후회는 가격이었다. 더 저렴한 모델도 있었지만, ‘비싼 게 좋은 거겠지’라는 생각에 고가의 제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저가형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가성비 좋은 제품을 샀으면 마음 편하게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다시 손걸레와 빗자루를 들게 됐다. 로봇청소기는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쌓아가고 있고, 처음엔 신기해서 자랑했던 것도 이제는 남 얘기처럼 들린다. 다음에는 무조건 ‘실사용 후기’를 꼼꼼히 확인하고, 가성비를 따져 구매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오늘도 직접 청소를 시작한다.
◁ 역동 뜰의 속삭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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